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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 ::  Who We Want To Be · Tom Day

 https://youtu.be/ABckPFmPZTk

" 주여, 믿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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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그대의 달콤한 숨결을 빼앗아 갔을 망정

그대의 아름다움은 빼앗아 가지 못했구려.

죽음도 그대를 정복하지 못했소.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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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줄리엣 캐퓰렛/ Juliet Capulet

 

- Juliet, 이처럼 격렬한 기쁨은

- Capulet, 격렬한 종말을 맞게 될 지니

_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 Crucis, 라틴어, 뜻은 십자가.

- 십자가를 거꾸로 돌렸사오니 이제 내게 주 예수의 죄 사함은 없나이다

 

생일

: 8월 14일

 

- 자정에서 1분이 지난 시간, 제 오빠를 먼저 보내고 세상에 느지막히 나타났다

- 탄생화는 저먼더(Wall Germander), 꽃말은 경애

 

 

성별

:  여성

 

 

키 / 몸무게

: 176cm(굽포 180) / 68kg

 

 

혈통

: 혼혈

 

 

국적

: 영국

 

 

기숙사

: 후플푸프

 

- 모자가 말했다. 

" 아, 이럴수가. 버릇 없고, 제멋대로에, 하는 짓은 전부 세상에 불만을 잔뜩 가진 모습이라니!

용기는 자기 자신에 국한된 데다, 지혜라기엔 너무 영악하고 교활해. 야망보다는 욕심이 더 많고.

하지만 그래... 그래...

좋아, 이곳이라면 너에게 아주 딱 맞을 거다. 여러 의미로 말이야, 그러니까, "

 

- 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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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다! "

" 악마가 나타났다! "

- 옆머리를 땋은, 숏컷의 곱슬 머리카락.  분홍색 리본이 있다. 받은 것이다. 매우 소중하다. 붉은 기가 도는 흑발이다. 빛을 받으면 갈색처럼 보인다. 천연 곱슬로, 비 오는 날에는 곱슬기가 더 심해진다. 사실 머리카락이 엉켜도 신경쓰지 않는다. 집안의 잔소리나 교육은 더 이상 가해지지 않으니까.

- 머리카락 끄트머리는 흰 천으로 동여맸다. 왜 하필 흰 천이야? 다른 예쁜 장신구도 많잖아? 그러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앙칼지게 웃는다. 난 죽으러 가잖아요? 수의가 흰 색인 건 당연하죠?

 

- 머리카락 아래에는 녹색 눈. 노랑과 초록의 가운데 선상, 에메랄드 같은 연두색 빛깔. 제 몸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부위다. 이걸 떼어 팔면 돈이 되지 않을까, 분명 값 비쌀거야. 아무렴. 누구 눈인데?

- 2:8 가르마. 아래에는 오밀조밀한 눈코입. 전체적으로 헉, 예쁘다, 기 보다는 헉, 세다, 라는 인상이 강하다. 얌전히만 있으면 꼭 인형 같구나, 이런 소리를 들을 법도 하건만 풍기는 분위기가 하도 날이 서 있어 부뚜막에 먼저 오르는 고양이처럼 보인다는 평이 대부분. 즉, 생긴 것부터 망나니에 개날라리.

- 마침 이빨도 고양이 이빨처럼 한쪽 송곳니만 톡 튀어나왔다.

 

- 단정한 옷차림?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덜렁, 그러나 걸친 망토에는 네잎 클로버 브로치. 넥타이 위에는 음표 모양 핀. 무슨 바람이 분 걸까? 아주 자유분방해졌다. 긴 바지의 기장과 핏만큼은 단정하다. 그것만.

- 망토 안감의 색은 노란색… 도대체 어쩌다가?

- 내가 공평하게 다 망가트릴 거라서.

- 이미 전부 망가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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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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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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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인 너를, 나는 사랑해.

족쇄를 채운다. 나의 고백은 폭력과도 같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

_밤의 베란다

 

 

 

"" 안녕, 고양이라기엔 덩치가 크죠."

She is

악마 / 악동 / 능글맞은

 

 

" 그림자도 크고. 어둠 속에 발을 들여서. "

Also

신중한 / 다정함 / 사람을 떠보는

 

 

 

수족관 속에 있는 물고기가 수족관을 부수면 어떻게 돼? 죽겠지. 뻔하지. 하지만 수족관 속에 있는 건 살아 있는 거야? 그래, 나는 이게 묻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_김사과, 천국에서

 

 

 

" 죽음을 아나요."

Maybe

불신 / 미묘한 슬픔 / 독한 기질

 

 

" 나는 알아요."

But

끈질김 / 포기하지 않는 / 솔직한

AND

" 여기 있겠다고 맹세하세요."

집착 / 해답을 추구하는 / 무모한 / 확신

영영 풀리지 않는 미제가 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니가 나를 쉽게 놓을 것 같아서 나는 좀 더 어려워지고 싶다.

_백가희, 당신이 빛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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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Rillia 님 커미션)

 

단, 칠흑 같은 지팡이.

전투와 변신 마법에 능한 나무다. 대개 반순응주의자, 개인주의자와 아웃사이더인 자가 흑단의 지팡이 주인으로 자주 보인다고 한다. 특정 무리에 소속하는 경우도 잦다고. 목적이 있으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며 절대 벗어나지 않는 사람. 그런 마법사를 짝으로 찾는 나무.

  

11인치, 휘두를 때 바람이 불 길이.

손에 쥐면 한참 남는 나무 심을 줄리엣은 마음에 들어 했다. 구불구불 정말로 나무처럼 만들어진 디자인, 끝에 박힌 자수정, 지팡이를 장식하는 레이스와 자잘자잘 달린 줄 들, 그리고 거기에 매달린 작은 보석들. 자신을 선택한 지팡이였다. 자신을, 선택한. 최초로 자신이 가진, 오로지 저만의 것.

  

의 심장줄, 가장 화려한 주문을 쏠 수 있는 강력한 코어.

용의 심장줄이 들어간 지팡이는 주인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던가. 줄리엣은 그게 좋았다. 너는 내 편이지? 하고 물으면 그래, 네 편이야, 라고 말하듯이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서.

  

단함. 약간의 유연함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을.

지팡이의 견고함의 정도는 주인의 성격을 나타낸다던가. 옳은 소리일 지도 몰랐다.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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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익숙하다 했지. 네 인생은 절대 네가 좋아하는 걸 준 적이 없다고 했지. 

정말 좋아하게 됐을 때는 그것보다 더 아끼는걸 버려야 했다고 했지. 

떠나야 했다고 했지 

/가을방학, 가을방학

 

 C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밤들을 기록해야 하지

_이승희, 코뮌

 

 

출생

01 :: 순혈 가문에서 태어난 혼혈아. 볼드모트 정권 아래 이런 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았고 줄리엣은 날 때부터 축복은 받지 못하는 몸이었다.

02 :: 하필이면 절망의 세대. 가문을 빛낼 아이들이 반쪽짜리 피를 가졌음에 가문의 모두가 통탄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건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직계에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태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랬다.

03 :: 남존여비를 주장하는 순혈가. 차별의 사상으로 똘똘 뭉친 집안에서 첫째인 제 오빠를 가주로 등극시키는 건 너무나 뻔했다. 줄리엣은 당연히 두 번째로 치우쳐졌다.

04 :: 태어남과 동시에 정해진 수순이었다. 자신은 두 번째. 오빠는 첫 번째.

05 :: 다만 줄리엣은, 태어남과 동시에 싹수가 노란 애였다.

 

성장

06 :: 하여튼 결론만 두고 보자면 취급이 좋지 못했다는 거다. 절망의 세대이기에 대접은 제대로 받았다지만 눈빛이 있었다.

07 :: 두 사람이 같은 기숙사가 되면 금상첨화였겠으나 아니라면? 집안이 누굴 선택할 지는 불 보듯 뻔했다.

08 :: 죽어도 되는 목숨. 모든 삶이 그런 식으로 직결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11년을 살다 보면 안 늘 눈치도 늘며 성질머리도 자연히 나빠지길 마련이었다.

09 :: 아니면 원체 순한 성정이 못 되기 때문인가? 하긴, 이런 미친 집안에서 사는데 제 아무리 착해 빠졌대도 자연스레 같이 미칠 수밖에 없겠지. 줄리엣은 그 때부터 독하게 사는 법을 연마했다.

10 :: 살아야 했다. 제 모든 인생과 삶의 흐름은 생존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만 했다.

 

어머니

11 :: 집안의 유일한 제 편.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라 해도 좋았다. 아버지는 오빠의 편이었다. 사이가 극악으로 치닫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12 :: 후플푸프에 가렴, 그곳은 너를 지켜줄 지도 몰라. 어떻게요? 나를 좋아할까요? 그래, 후플푸프는 조건을 따지지 않으니까.

13 :: 노란 기숙사옷을 입으라 속삭인 자도 어머니였다. 제 아버지는 래번클로를 선호했다. 가주인 오빠를 살리려면 최고의 플레이를 하는, 특혜를 받고 있는 기숙사로 가는 게 당연했으니까.

14 :: 하지만 나는 살 건데. 나도 살고 싶은데. 나도 파란 망토, 안 되면 초록 망토라도 입어보고 싶은데. 끊임없이 목숨에 대해 불안해 하는 아이의 어깨를 짚고 어머니가 속삭였다.

15 :: 사랑받지 못하는 긴 인생과 사랑받은 짧은 인생, 가치는 단연 후자에 있단다. 그들은 전부를 살리려 하는 집단이니, 분명 거기에도 희망이 존재할 거야, 하고.

 

 

 

  A  

 

우리라는 자명한 실패를 당신은 사랑이라 호명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서 모독이라 다시 불렀다

_김소연, 투명해지는 육체

 

 

후플푸프

16 :: 그곳에 가면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애시당초 사랑이라는게 뭐지? 어머니는 그녀를 아꼈지만 힘이 없어 줄리엣에게 향하는 수많은 차별을 막아주진 못했다.

17 :: 그들은 도와줄까, 나를? 말라 비틀어져, 부뚜막에 오른 고양이 같은, 악마의 웃음을 짓는다 하는 나를? 사랑해줄까, 과연? 초조함과 불안감은 늘 그녀를 따라다녔다.

18 :: 세상 아무도 자신을 구하지 못할 것 같은데. 하지만 어떤 기숙사에 가도 그 기숙사와 걸맞는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후플푸프! 모자가 네 글자를 외쳤을 때, 어쩌면 줄리엣은 안심했다.

19 :: 주위의 시선은 지긋지긋하다. 쟤는 죽을 아이, 죽어도 되는 아이, 취급이 짜증난다. 그런 눈빛으로 저를 보면 배로 마주 노려보는 건 습관이 되어갔다.

20 :: 후플푸프의 전설을 들었다. 전원 생존. 희망의 끄트머리를, 아주 조금은 맛 본 것도 같다.

20-1 :: 그리고 정말 해내고 싶어졌다. 전원 생존을 해야만 했다. 아,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 너무나 달콤한 믿음이란 소리. 디저트보다 친구라는 칭호보다 더, 더, 달콤한, 당신들이 죽는 걸 볼 수가 없어서.

 

반장

21 :: 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을 때 두 손이 덜덜 떨렸다. 오빠와 똑같은 반장. 이는 곧 오빠를 죽이게 된다는 의미였다. 이는 곧 오빠가 저를 죽이게 된다는 의미였다.

22 :: 당연히 집안은 모두 오빠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가할 테지. 오빠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테지. 반장. 허울만 좋은 직위였다. 제일 첫 번째로 목이 달아날 자리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알았다.

23 :: 하물며 순혈 집안에서 자란 입장에서 절망의 세대의 위치와 반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는 어떻고?

24 :: 지금에 이르러, 후회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25 :: 내가 반장이 아니었어봐. 후플푸프에 오지 않았어봐. 사랑 받는 일은 없었을 거야. 학교에서만큼은 외롭지 않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계속해서 놀란다. 오, 신이시여.

 

생존

26 :: 하지만 그 이후 점점 현실에 대해 익숙해져가는 부분이 있었다. 넌 죽어, 라는 말에도 이제는 마냥 덤덤히 그런가보죠, 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는 상대를 가만히 내버려둔다는 의미는 아니고.

27 :: 땋은 머리 끝자락에 흰 천을 감은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신의 목숨을 향한 조의. 매 순간이 장례식이나 마찬가지다.

28 :: 태어나자마자 넌 이제 죽을 거라는 소리를 들은 아이의 기분은 도대체 어땠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잣집 아가씨로 예쁘게 꾸며두고는 넌 죽게 될 거란다, 예언가의 시늉을 하는 어른들이 증오스러웠다.

29 :: 충격이 머리를 관통해 발끝에 도달했고 줄리엣은 그 이후로 인간이란 인간은 싸그리 증오하는 몸이 되었다. 왜 멋대로 내 목숨을 재단해. 왜 멋대로 내 미래를 정해! 진짜 예언자도 아니면서. 그 축에는 속하지도 못하면서.

30 :: 가끔은 정말 내가 죽을 목숨인가? 싶기도 했지만 이제 알 바가 아니라 생각한다. 단절.

31 :: 열일곱, 죽음을 선고한 그 입을 잘라버렸다.

  

  

  

  P  

  

안부는 없고 오늘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다.

_이은규, 오래된 근황

  

  

혼혈

32 :: 반쪽짜리 피.

33 :: 가끔, 아니 사실 자주, 생각한다. 내가 만약 순수혈통이었더라면 쟤들이 날 저렇게 보진 않았겠지? 집안의 인간들이 나를 보고 경멸하는 표정을 짓진 않았겠지? 간혹 불쌍한 아가씨, 를 입에 담는 하인이나 집요정도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34 :: 불쌍하다니. 자존심 상하게. 온 힘을 다 해 불쌍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주겠다. 그런 독한 심정으로 단 하나도 지지 않으려 목을 뻣댔다.

35 :: 그러나 매 순간 평생동안 무시가 점철된 분위기에 짓눌린 영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열등감에 파묻히는 것이다. 줄리엣은 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혼자여야 했다.

  

크루시스

36 :: 교리를 외우고 성당에 가는 집안. 아예 따로 운영하는 수녀원이 있으나 그쪽은 공공연하게 돈이 오가는 불법 유통지로 사용된 지가 오래다. 지독한 순혈 우월주의로 현 볼드모트 정권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볼드모트를 신으로 추앙하는 일을 환호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숭배가 곧 영혼인 집단. 축복의 세대가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랐으나 최초로 태어난 축복의 세대가 하필이면 혼혈 남매.

37 :: 신앙을 강조하며 미사를 꼬박꼬박 나가지만 딱히 신을 진심으로 믿는다고는 하기 어려웠다. 가문의 성씨 자체가 십자가를 뜻하는 라틴어인들, 정말 그 십자가 아래에서 고개를 조아린다 한들 기도의 내용이 신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면 어쩔 건가?

38 :: 그런 논리에 따라 당연하게도 줄리엣은 가문과 정반대 되는 길을 걷기를 택했다.

39 :: 신 같은 거 모른다(하물며 그것이 추앙 받는 어둠의 마왕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기도는 개나 주라지. 미사보는 집어 던졌다. 검은 미사보는 집요정이 수제로 만든 것이었으나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40 ::  미사보를 다른 이에게 주었다. 아주 가끔 나를 살려달라 기도할 때에 썼던 것. 그 사람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조금 진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미사보 없이 빈 손으로 돌아온 날 집에서는 그녀를 크게 혼냈다.

40-1 :: 3학년 여름 방학, 집에서 가출했다.

40-2 :: 이 주 정도 이어지다 돌아온 날, 놀랍게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아이. 시선은 짜증났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름 덤덤하다. 집안이 뭐가 중요해? 날 아껴주는 사람이 천지에 널렸는데. 에셀레드의 집에서 지낸 그 짧은 기간동안 뭘 배워왔는지, 치마는 집어던지고 풀숲을 뛰놀고 숙녀의 예절 따위 죄다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존댓말도 이제 가끔 튀어나올 정도다.

 

40-3 :: 7학년 방학,

40-4 :: 완전히 쫓겨났다.

  

절망의 세대

41 :: 기구한 운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거침없어질 수 있었네요.

42 :: 가문은 축복의 세대, 를 정말 간절히 원했다. 몇 십 년이나 그 세대의 아이를 낳으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한 전적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바란 건지 파악하기 쉬우리라.

43 :: 남몰래 아이들을 단련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대와 공세는 로미오에게 치중되어 있었으며,

44 :: 점층적으로 길을 이탈하는 진짜 절망인 막내 딸을 향한 일말의 예의마저 사라진 그 때,

45 :: 줄리엣은 '크루시스의 절망의 세대' 자리에서 쫓겨났다.

 

 

 

  U  

 

괴롭다, 하지만 슬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선 안 된다,

슬픔이여 절대 내 이름과 연관되지 않을지어다

_밀란 쿤데라, 농담

 

 

줄리엣?

46 :: 변덕쟁이? 앙칼진 아이? 여전히 어린 날의 잔재가 남아 있지만 덤덤함과 강직함을 배웠다.

47 :: 나를 사랑해주는 건 내가 되어야지. 다른 누군가가 아니어도 내가 되어야지.

48 :: 알아요. 당신들은 내 편입니다. 내 사람입니다. 내 것입니다.

49 :: 하지만 동시에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닿지 못할 별이다.

50 :: 줄리엣은 여기 있을 거야. 그러니까 가다가도 언제든지 돌아와야 해. 돌아와야 해.

 

캐퓰렛?

51 :: 어쩔 때는 심각하게 연약해 보이다가도 어쩔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강인해진다.

52 :: 연기를 잘 했다. 뒤에서는 죽어라 노려보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인물에게는 잘 보여야 한다는 걸 세뇌 수준으로 배운 터라, 앞에서 생글생글 웃기도 잘 웃었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또 기막히게 잘 하지.

53 :: 하지만 딱 그 꼴이다. 등뒤에 칼을 품은 채 사람을 미소로 대하기. 즉, 그녀를 뒤에서 보고 있으면 무슨 속내인지가 뻔히 드러난단 의미였다.

54 :: 제 속을 별로 감추려 하는 기색도 못 됐다. 바라는 게 있으면 전무 털어놨다. 자신에 대해 조금만 질문해도 주저리 주저리. 숨기는 게 별로 없었다.

55 :: 그냥 솔직해지고 싶어서 그랬어. 네 앞에서는 솔직하게 예쁘게 멋지게 남고 싶어서 그랬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56 :: 달콤한 것, 그런데 그만큼 쓴 것, 느끼한 것, 짠 것, 매운 것. 강렬한 걸 좋아했다. 

57 :: 밍밍한 건 싫어한다. 그래서 홍차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귀족가 여식은 티 타임을 즐기는 게 소양이라 한다. 별 쓸데 없는 걸 다. 식탁보를 엎어버리는 걸 취미 삼고 싶었다.

58 :: 조용한 사람을 선호했다. 제 어머니가 그런 양상을 띠었다. 차분하고, 사람을 존중하고. 그야 존중받은 적이 손에 꼽았으니까.

58-1 :: 정작 그 어머니는 떠났지만, 영영...

59 :: 그런 고로 자신처럼 제멋대로인 인간을 별로 안 좋아했다. 동족 혐오인가?

60 :: 아기자기한 거나, 분홍분홍하거나, 그런 것들. 싫어한다. 인형도. 다 싫어한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걸 좋아한다면 같이 좋아할 의사는 있다. 크루시스라는 이름을 단 이상 불가능한 것들을 손에 쥐어 얻게 된 여유다. 어떻게 쥐었냐고? 그냥, 쥐었지. 내가 하겠다는데 누가 방해하겠어? 응?

61-1 :: 사랑은 좋아요. 하지만 계속 잃어요.

61-3 :: 그토록 싫어하던 크루시스를 드디어 떼어냈다. 그런데 행복하지가 않다.

 

 

  L  

 

왜 너희는 행복하니.

왜 너희만 행복해지려고 하니.

_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인간 관계

61 :: 제대로 된 인간 관계를 구축한 적이 전무하다. 가문의 사람들은 혼혈인 그녀를 깔보고 무시하기에 바빴으며, 축복의 세대로 그녀를 대하는 이들은 오로지 엔터테이먼트의 일부, 혹은 그렇게 되어서 좋겠다 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62 :: 인간에 대한 혐오성을 가진 건 지극히 당연하다. 인간이라는 족속을 아예 믿질 못한다. 불안에 떠는 버려진 새끼 고양이 같은 태도로 모든 이들을 대하곤 했다.

63 :: 하지만 친구, 생기고 말았다. 덜덜 떠는 자신에게 자꾸 안정감을 준다. 이상한 존재인데 그만큼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정말로 좋아지는 것 같다.

64 :: 난생 처음 다닌 학교에서 많은 걸 배웠다. 많은 걸 얻었고 많은 걸 쥐었다.

65 :: 그래서 살고 싶은 거야. 그래서 살려고 하는 거야. 미안해, 나는 내 손에 피를 묻혀서라도 살아야겠어.

66-1 :: 내가 다시 살려주는 걸로는 안 돼?

 

?

66 :: 의리, 우정, 행복, 사랑. 아무 것도 모르던 그녀에게 나앉은 단어들이다. 자꾸만 좋아한대. 자꾸만 친구래. 계속 곁에 있겠대. 오, 맙소사, 이렇게 달콤한 목소리들이라니.

67 :: 그러니까 동료나, 믿을 수 있는 친우나, 운명 공동체나. 기숙사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그녀는 미미한 소속감을 느꼈고 그 감정에 대해 깜짝 놀랐는데, 이는 그녀가 단 한 번도 어떤 무리에 속한 적이 없었던 탓이다.

68 :: 크루시스라는 성씨를 달고 있다 한들 정말로 그 가문에 포함되진 못했다. 크루시스여도 크루시스가 아닌 삶. 그리고 정말로 그곳에서 나왔다. 정말로 떨쳐내고 말았다. 정확히는 쫓겨났다.

69 ::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지. 두 사람은 죽음으로 떨어지고 말았다지.

70 :: 아버지를 죽였어요.

70-1 :: 어머니는 그냥 죽었어요.

70-2 :: 오빠가 안 좋아하더라. 많이.

70-3 :: 그래서 쫓겨났어.

 

소설

71 :: 마법 세계의 동화나 머글 세계의 소설을 좋아했다. 친구도 없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어머니는 그녀에게 이런 저런 책들을 자주 안겨주었다.

72 :: 가문 사람들 몰래 머글의 문물을 접했다. 들키는 순간 어떤 처분을 받을 지 모르는데도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73 ::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싶었다. 코웃음도 나왔다. 너무 터무니 없잖아. 이 모든 건 종이 위 활자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며 그렇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74 :: 간혹 그녀는 자기 자신도 종이 위 활자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다가도 작가 마음대로 모든 걸 고친다는 사실에 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제 인생이 소설 속 인물보다 더 기구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려웠다.

75 :: 그런데도 빠져드는 구석이 있었다. 가상의 세계란. 자신과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책 좋아하는 사람은 선호한다. 문학에 대해 논하는 걸 즐긴다.

 

 

 

  E  

 

지긋지긋해 이런 거. 이런 건 정상적인 삶이 아니야. 도대체 이게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해? 미친 거야. 다들 미친 거야. 견딜 수가 없어. 더이상. 이런 거. 이건 지옥이야. 지옥이야. 지옥이야.

_김사과, 미나

 

 

연약함

76 :: 간혹 뼈까지 드러날 만큼 연약해질 때가 있다. 끝없이 불안해 할 때가 있다. 아무도 믿지 않으려 들 때. 불신의 눈으로 주위를 살필 때. 십자가를 증오할 때.

77 :: 무슨 일이 일어나도, 천지가 개벽해도 줄리엣은 자신이 예수가 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다른 이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기엔 그녀는 자신의 두 손과 배와 두 발을 너무나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자신이 아니면 저를 아껴줄 이가 아무도 없었으므로.

78 :: 하지만 예수와 같은 존재는 필요하다. 가문에 대한 반항심으로 기도를 포기했대도 진정한 신이 필요한 이는 줄리엣, 바로 그녀였다.

79 :: 그러나 언제까지고 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아직도 자신을 구원하지 않은 바로 그 신을.

80 :: 고개를 치켜든다. 반항적으로 말투를 변화한다. 바지에 풀물이 들 만큼 원하는 대로 뛰어다닌다.

80-1 :: 자유다!

  

강인함

81 :: 해야할 때는 했다. 지독한 순혈우월집안에서 반항아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줄리엣은 해냈다. 그렇게 살고 싶었으니까.

82 ::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성정을 열심히 키웠다.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하고.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삶이잖아. 난 납골당에 떨어져 있는 거야. 벌써부터 나를 불태워 잿가루를 긁어모아 전시할 생각이잖아.

83 :: 무덤에 처넣으면 흙을 손으로 직접 파서라도 뛰쳐나올 심산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함이 필요했다. 끈기. 독함.

84 ::지반이 위태롭다면 내가 단단하게 만들면 돼. 몇 번이고 망치질을 하면 돼.

85 :: 기억해, 줄리엣. 흔들리는 순간 끝이야.

  

끈기

86 :: 포기라는 걸 모른다. 그러니까, 자신이 포기하기 싫은 분야에 대해서는 결단코 손 놓지 않는다.

87 :: 중간에 그만두기? 잠깐 쉬기? 그게 뭐지? 해내야 한다면 끝까지 해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지금 그녀가 해내야 할 첫 번째 일은 생존. 고로 기숙사의 우승. 그래, 기숙사 전원 생존. 노려볼 만도 하겠어.

88 :: 후플푸프가 추구하는 바가 마음에 들었다.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여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89 :: 나는 반장이에요. 달라지는 건 없어요. 싫어한대도 바뀌지 않겠지.

90 :: 알겠어. 이게 내 역할이라면.

 

 

 

  T  

 

총알을 또 살 거예요, 이유는 없어

과잉이 문제지 슬픔도 기쁨도 너무 넘쳐

타이밍이 문제예요, 너무 익은 달걀이나 드세요

_김박은경, 삶은 소년

 

 

  비극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91 :: 이처럼 격렬한 기쁨은 격렬한 종말을 맞게 될지니

92 :: 그리하여 승리는 이내 스러지리라, 불과 화약이

93 ::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94 :: 아니야.

95 :: 내가 종말을 으스러트리고 승리를 쟁취하리라.

 

 

 

기약없는 약속이라도 받아놓고 한없이 기다리는 모습이 처연한 아름다움이라고,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소녀는 일찌감치 아름다움도 사랑도 없이 자란 아이라서.

_부글부글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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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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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 몬테규 크루시스 Romeo Montague Crucis / 남매?

 

 

태양도 슬퍼서 고개를 안 드는구려. 자, 이제 돌아가서 슬픈 이야기나 더 합시다. 더러는 용서하고, 더러는 처벌하겠소. 세상의 슬픈 이야기 중에, 이 줄리엣과 로미오의 이야기보다 더 한 것이 어디 있겠소.

_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크루시스 가문의 가주. 축복과 함께 태어난 아이. 모든 사랑과 의무를 떠맡은 아이.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 다시 아버지의 장례식을 하게 된 로미오 몬테규 크루시스, 크루시스 가문의 새로운 가주는 제 동생을 추방하기에 이르렀고 순순히 줄리엣 캐퓰렛은 가문이 준 마지막 이름을 떼어냈다.

단절과 이별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생각보다 담백하게 그의 처사를 받아들였다. 슬펐냐고? 증오만 남아 있다. 당신이 내뱉은 모든 사랑이라는 단어는 거짓이었어요. 당신을 믿는 게 아니었어. 나를 기만했어. 나를 배신했어...

배신이라고?

 

애시당초 배신 당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그를 믿었나? 달에 대고 기도를 할 법한 인물을 믿었나?

사랑했나?

 

아버지를 죽인 직후 핏자국이 흥건한 방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만히 있었다. 신을 찾지도 않았다. 노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곳에는 로미오가 서 있었다.

하필 그 때 그가 들어온 것에 많이,

많이,

정말 많이,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

안녕, 오빠.

 

작별의 안녕인지 만남의 안녕인지 저도 모를 일이다.

네시 T. 아틀란티스 / 자신의 인어공주

 

내년 삼월에 함께 있어줘

바다를 가서 주머니 속에 마른 모래 털고 싶어

_가을방학, 3월의 마른모래

 

당신을 안으면 기포 소리가 난다. 이곳이 심해인지 뭍가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제적인가 당신이 한 말이 있다. 가끔은 숨이 막히니 뭍에 있어 달라는 부탁이었던가. 어쩐지 꽤나 절대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어 그러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일이다. 당신이 두 다리를 휘저으면 바다의 물살을 가르고 물고기와 노래를 부를 법한 인상이라 여겼다. 처음 볼 때부터 축축하게 온몸에서 물을 떨어트렸지. 만약 인어가 있다면, 동화에서나 읽던 인어공주가 바로 당신이지 않을까 싶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 소녀가 맡은 공기는 풀내음과 마른 흙 뿐이다. 당신이 있는 곳으로 한 발자국 건너보고 싶다. 손을 물속에 넣었다. 붙잡고 수면을 통해 시선을 마주한다. 물살로 인해 흔들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나치게 천사 같은 눈동자에 자신의 악마 같은 얼굴이 비춘다.

 

이렇게까지 정을 줄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자신의 목숨이었고, 우리 둘의 망토색은 다르기만 하다. 그런데도 조금만 몸을 기울이면 내가 빠지거나, 당신이 끌어당겨지거나, 둘중 하나이리라는 직감이 자꾸 뇌를 지배한다. 어떻게든 같은 공간에 있는 체를 하려 장미 묵주를 주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지상 위와 어울리는 물건이다.

 

손목의 리본을 만지작거린다.

라타토스크 에인헤랴르 전우, 오 나의 악마

 

"목사님, 말씀하신 내용이 악마의 주장처럼 들리네요."

"부인, 하나님의 법 앞에선 우린 모두 돼지새끼들이나 마찬가집니다! 우린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없어요!"

"당신과 토론할 만큼 제가 교육을 받진 못했어요."

_아서 밀러, 시련

 

초록색 망토, 동경했던 망토다. 살아남고자 하는 열망만 쥐고 학교에 와 만난 소년은 웃으며 전투의 짜릿함을 이야기 했다. 싸움이 즐겁다고? 피가? 죽음이 들이닥칠 리가 없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자신이 강하다고 말한다. 정말 강한가, 하고 얼굴을 보면 진실로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무슨 사이예요? 우리는 친구예요? 우리는 전우야. 전장은 어딘데? 이곳이 전장이야. 그러면 확신하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너는 다정한 목소리를 내지만 전혀 다정하지 않은 생각을 품는다. 그리고 나도 다정한 웃음을 지어보지만 전혀 다정하지 못한 마음을 안는다. 그래도 너는 괜찮다고 한다. 전부 괜찮다고 한다. 약해지지 마, 줄리엣 캐퓰렛 크루시스. 약해지지 마. 더 강해져. 더, 더 강해져. 얼마만큼? 저 사람 만큼. 눈앞에 있는 소년이 날개를 펼쳐드는데, 시커멓다. 시커멓게 빛이 난다. 어둠이 후광을 지녔다면 저렇게 빛나리라. 목격했으므로, 당연하다.

 

미약한 동경. 미약한 열망. 미약한 배움. 이것이라는 진리의 깨우침. 내가 가야할 길은 여기구나. 네가 나에게 알려준 거야.

 

라타, 우리는 필드에서 만나도 망설이지 말자.

단 한 줄의 구차함도 슬픔도 안지 말고 기쁨으로 기꺼이 전투에 임하자.

너와 만날 시기가 기다려질 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친애와 우정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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