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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 성자, 성령… 뭐라고요?"

아, 계속 변하는 저 달을 걸고 맹세하지 마세요. 

한 달 주기로 나날히 변하는 달의 모양처럼

그대의 사랑도 변하면 안되니까요.

-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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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줄리엣 캐퓰렛 크루시스 / Juliet Capulet Crucis

 

- Juliet, 이처럼 격렬한 기쁨은

- Capulet, 격렬한 종말을 맞게 될 지니

_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 Crucis, 라틴어, 뜻은 십자가.

 

생일

: 8월 14일

 

- 자정에서 1분이 지난 시간, 제 오빠를 먼저 보내고 세상에 느지막히 나타났다

- 탄생화는 저먼더(Wall Germander), 꽃말은 경애

 

 

성별

:  여성

 

 

키 / 몸무게

: 160cm / 55kg

 

 

혈통

: 혼혈

 

 

국적

: 영국

 

 

기숙사

: 후플푸프

 

- 모자가 말했다. 

" 아, 이럴수가. 버릇 없고, 제멋대로에, 하는 짓은 전부 세상에 불만을 잔뜩 가진 모습이라니!

용기는 자기 자신에 국한된 데다, 지혜라기엔 너무 영악하고 교활해. 야망보다는 욕심이 더 많고.

하지만 그래... 그래...

좋아, 이곳이라면 너에게 아주 딱 맞을 거다. 여러 의미로 말이야, 그러니까, "

 

- 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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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신이시여, 부디 사악한 영혼의 성장을 멈춰주소서. "

" 그러지 않으면 종국엔 신을 죽이고 어른이 될 게 분명합니다. "

 

- 옆머리를 땋은, 풀어내린 머리카락. 분홍색 리본이 추가되었다. 받은 것이다. 매우 소중하다.붉은 기가 도는 흑발이다. 빛을 받으면 갈색처럼 보인다. 천연 곱슬로, 비 오는 날에는 곱슬기가 더 심해진다. 사실 머리카락이 엉켜도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나 그놈의 아가씨, 조신한 아가씨, 조숙한 아가씨-이 무슨 빅토리아 시대도 아니고-의 이미지에 들어맞기 위해 집안에서 강제로 매일 아침마다 온갖 향유로 관리를 시켰다. 이제는 제 몸에 습관이 밴 모양.

- 머리카락 끄트머리는 흰 천으로 동여맸다. 왜 하필 흰 천이야? 다른 예쁜 장신구도 많잖아? 그러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앙칼지게 웃는다. 난 죽으러 가잖아요? 수의가 흰 색인 건 당연하죠?

 

- 머리카락 아래에는 녹색 눈. 노랑과 초록의 가운데 선상, 에메랄드 같은 연두색 빛깔. 제 몸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부위다. 이걸 떼어 팔면 돈이 되지 않을까, 분명 값 비쌀거야. 아무렴. 누구 눈인데?

- 2:8 가르마. 아래에는 오밀조밀한 눈코입. 전체적으로 헉, 예쁘다, 기 보다는 헉, 세다, 라는 인상이 강하다. 얌전히만 있으면 꼭 인형 같구나, 이런 소리를 들을 법도 하건만 풍기는 분위기가 하도 날이 서 있어 부뚜막에 먼저 오르는 고양이처럼 보인다는 평이 대부분. 즉, 생긴 것부터 망나니에 개날라리.

- 마침 이빨도 고양이 이빨처럼 한쪽 송곳니만 톡 튀어나왔다.

 

- 단정한 옷차림. 니트 안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여전히 반듯하다. 다만 망토는 이제 입는 둥 마는 둥. 스커트에서 벗어나 반바지로 갈아탔다. 나무를 타야 하거든요!

- 망토 안감의 색은 노란색… 도대체 어쩌다가?

- 내가 공평하게 다 망가트리고 싶어서.

- 그리고 헬가 후플푸프는 정말로 이런 애도 아껴줄 정도로 공명정대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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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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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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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다정함에 정말이지 너무 약해서, 그런 말랑함을 느껴버리면 그 자리에서 녹아버려선 어쩔 줄을 모른다고. 그런 사람들한테 실수하고 싶을리 없어. 내가 너의 다정을 쫓아갈게.

_식식봇

 

 

 

" 사실 다 거짓말이야. 난 기도 같은 거 안 해."

She is

소악마 / 악동 / 능글맞은

 

 

" 그래도 당신을 위해선 기도할 수 있을 것 같아, 행운을 빌어줄까요~? "

Also

변덕쟁이 / 미묘한 다정함 / 사람을 떠보는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_한강, 소년이 온다

 

 

 

" 내가 죽으면 안 되는 이유가 좀더 구체적으로 생긴 게 재밌지. "

Maybe

열등감 / 미묘한 슬픔 / 독한 기질

 

 

" 좀더 강해질게요. 더더 강해질게요. "

But

끈질김 / 포기하지 않는 / 의외로 속이 뻔한

AND

" 있죠, 누가 날 좋아할 수 있을 법한 인상이에요, 나? "

약간의 집착? / 고뇌? / 신경 쓰는? / 철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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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 Rillia 님 커미션)

 

단, 칠흑 같은 지팡이.

전투와 변신 마법에 능한 나무다. 대개 반순응주의자, 개인주의자와 아웃사이더인 자가 흑단의 지팡이 주인으로 자주 보인다고 한다. 특정 무리에 소속하는 경우도 잦다고. 목적이 있으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며 절대 벗어나지 않는 사람. 그런 마법사를 짝으로 찾는 나무.

  

11인치, 휘두를 때 바람이 불 길이.

손에 쥐면 한참 남는 나무 심을 줄리엣은 마음에 들어 했다. 구불구불 정말로 나무처럼 만들어진 디자인, 끝에 박힌 자수정, 지팡이를 장식하는 레이스와 자잘자잘 달린 줄 들, 그리고 거기에 매달린 작은 보석들. 자신을 선택한 지팡이였다. 자신을, 선택한. 최초로 자신이 가진, 오로지 저만의 것.

  

의 심장줄, 가장 화려한 주문을 쏠 수 있는 강력한 코어.

용의 심장줄이 들어간 지팡이는 주인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던가. 줄리엣은 그게 좋았다. 너는 내 편이지? 하고 물으면 그래, 네 편이야, 라고 말하듯이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아서.

  

단함. 약간의 유연함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을.

지팡이의 견고함의 정도는 주인의 성격을 나타낸다던가. 옳은 소리일 지도 몰랐다.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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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형집행인들을 불러들여,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 개머리판을 물어뜯었다. 나는 재앙을 불러들였고, 그리하여 모래와 피로 숨이 막혔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_아르튀르 랭보, 지옥에서 보내는 한철

 

 

 

 C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밤들을 기록해야 하지

_이승희, 코뮌

 

 

출생

01 :: 순혈 가문에서 태어난 혼혈아. 볼드모트 정권 아래 이런 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가 알았고 줄리엣은 날 때부터 축복은 받지 못하는 몸이었다.

02 :: 하필이면 절망의 세대. 가문을 빛낼 아이들이 반쪽짜리 피를 가졌음에 가문의 모두가 통탄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건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직계에 가문을 이을 후계자가 태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랬다.

03 :: 남존여비를 주장하는 순혈가. 차별의 사상으로 똘똘 뭉친 집안에서 첫째인 제 오빠를 가주로 등극시키는 건 너무나 뻔했다. 줄리엣은 당연히 두 번째로 치우쳐졌다.

04 :: 태어남과 동시에 정해진 수순이었다. 자신은 두 번째. 오빠는 첫 번째.

05 :: 다만 줄리엣은, 태어남과 동시에 싹수가 노란 애였다.

 

성장

06 :: 하여튼 결론만 두고 보자면 취급이 좋지 못했다는 거다. 절망의 세대이기에 대접은 제대로 받았다지만 눈빛이 있었다.

07 :: 두 사람이 같은 기숙사가 되면 금상첨화였겠으나 아니라면? 집안이 누굴 선택할 지는 불 보듯 뻔했다.

08 :: 죽어도 되는 목숨. 모든 삶이 그런 식으로 직결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11년을 살다 보면 안 늘 눈치도 늘며 성질머리도 자연히 나빠지길 마련이었다.

09 :: 아니면 원체 순한 성정이 못 되기 때문인가? 하긴, 이런 미친 집안에서 사는데 제 아무리 착해 빠졌대도 자연스레 같이 미칠 수밖에 없겠지. 줄리엣은 그 때부터 독하게 사는 법을 연마했다.

10 :: 살아야 했다. 제 모든 인생과 삶의 흐름은 생존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만 했다.

 

어머니

11 :: 집안의 유일한 제 편.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라 해도 좋았다. 아버지는 오빠의 편이었다. 사이가 극악으로 치닫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12 :: 후플푸프에 가렴, 그곳은 너를 지켜줄 지도 몰라. 어떻게요? 나를 좋아할까요? 그래, 후플푸프는 조건을 따지지 않으니까.

13 :: 노란 기숙사옷을 입으라 속삭인 자도 어머니였다. 제 아버지는 래번클로를 선호했다. 가주인 오빠를 살리려면 최고의 플레이를 하는, 특혜를 받고 있는 기숙사로 가는 게 당연했으니까.

14 :: 하지만 나는 살 건데. 나도 살고 싶은데. 나도 파란 망토, 안 되면 초록 망토라도 입어보고 싶은데. 끊임없이 목숨에 대해 불안해 하는 아이의 어깨를 짚고 어머니가 속삭였다.

15 :: 사랑받지 못하는 긴 인생과 사랑받은 짧은 인생, 가치는 단연 후자에 있단다. 그들은 전부를 살리려 하는 집단이니, 분명 거기에도 희망이 존재할 거야, 하고.

 

 

 

  A  

 

우리라는 자명한 실패를 당신은 사랑이라 호명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서서 모독이라 다시 불렀다

_김소연, 투명해지는 육체

 

 

후플푸프

16 :: 그곳에 가면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애시당초 사랑이라는게 뭐지? 어머니는 그녀를 아꼈지만 힘이 없어 줄리엣에게 향하는 수많은 차별을 막아주진 못했다.

17 :: 그들은 도와줄까, 나를? 말라 비틀어져, 부뚜막에 오른 고양이 같은, 악마의 웃음을 짓는다 하는 나를? 사랑해줄까, 과연? 초조함과 불안감은 늘 그녀를 따라다녔다.

18 :: 세상 아무도 자신을 구하지 못할 것 같은데. 하지만 어떤 기숙사에 가도 그 기숙사와 걸맞는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후플푸프! 모자가 네 글자를 외쳤을 때, 어쩌면 줄리엣은 안심했다.

19 :: 주위의 시선은 지긋지긋하다. 쟤는 죽을 아이, 죽어도 되는 아이, 취급이 짜증난다. 그런 눈빛으로 저를 보면 배로 마주 노려보는 건 습관이 되어갔다.

20 :: 후플푸프의 전설을 들었다. 전원 생존. 희망의 끄트머리를, 아주 조금은 맛 본 것도 같다.

20-1 :: 그리고 정말 해내고 싶어졌다. 전원 생존을 해야만 했다. 아,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 너무나 달콤한 믿음이란 소리. 디저트보다 친구라는 칭호보다 더, 더, 달콤한, 당신들이 죽는 걸 볼 수가 없어서.

 

반장

21 :: 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을 때 두 손이 덜덜 떨렸다. 오빠와 똑같은 반장. 이는 곧 오빠를 죽이게 된다는 의미였다. 이는 곧 오빠가 저를 죽이게 된다는 의미였다.

22 :: 당연히 집안은 모두 오빠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가할 테지. 오빠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테지. 반장. 허울만 좋은 직위였다. 제일 첫 번째로 목이 달아날 자리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알았다.

23 :: 하물며 순혈 집안에서 자란 입장에서 절망의 세대의 위치와 반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는 어떻고?

24 :: 지금에 이르러, 후회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25 :: 내가 반장이 아니었어봐. 후플푸프에 오지 않았어봐. 사랑 받는 일은 없었을 거야. 학교에서만큼은 외롭지 않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계속해서 놀란다. 오, 신이시여.

 

생존

26 :: 하지만 그 이후 점점 현실에 대해 익숙해져가는 부분이 있었다. 넌 죽어, 라는 말에도 이제는 마냥 덤덤히 그런가보죠, 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는 상대를 가만히 내버려둔다는 의미는 아니고.

27 :: 땋은 머리 끝자락에 흰 천을 감은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신의 목숨을 향한 조의. 매 순간이 장례식이나 마찬가지다.

28 :: 태어나자마자 넌 이제 죽을 거라는 소리를 들은 아이의 기분은 도대체 어땠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잣집 아가씨로 예쁘게 꾸며두고는 넌 죽게 될 거란다, 예언가의 시늉을 하는 어른들이 증오스러웠다.

29 :: 충격이 머리를 관통해 발끝에 도달했고 줄리엣은 그 이후로 인간이란 인간은 싸그리 증오하는 몸이 되었다. 왜 멋대로 내 목숨을 재단해. 왜 멋대로 내 미래를 정해! 진짜 예언자도 아니면서. 그 축에는 속하지도 못하면서.

30 :: 떳떳하게 살아남아 전부 내 무릎 앞에 꿇리겠다, 하는 마음. 살 수 있을까, 나는 두려워, 하는 마음. 두 가지가 동시에 공존해 정신을 좀 먹었다.

31 :: 그녀는 아직 열 한 살이었으니까.

  

  

  

  P  

  

안부는 없고 오늘도 조금밖에 죽지 못했다.

_이은규, 오래된 근황

  

  

혼혈

32 :: 반쪽짜리 피.

33 :: 가끔, 아니 사실 자주, 생각한다. 내가 만약 순수혈통이었더라면 쟤들이 날 저렇게 보진 않았겠지? 집안의 인간들이 나를 보고 경멸하는 표정을 짓진 않았겠지? 간혹 불쌍한 아가씨, 를 입에 담는 하인이나 집요정도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34 :: 불쌍하다니. 자존심 상하게. 온 힘을 다 해 불쌍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주겠다. 그런 독한 심정으로 단 하나도 지지 않으려 목을 뻣댔다.

35 :: 그러나 매 순간 평생동안 무시가 점철된 분위기에 짓눌린 영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열등감에 파묻히는 것이다. 줄리엣은 오랫동안 그런 식으로 혼자여야 했다.

  

크루시스

36 :: 교리를 외우고 성당에 가는 집안. 아예 따로 운영하는 수녀원이 있으나 그쪽은 공공연하게 돈이 오가는 불법 유통지로 사용된 지가 오래다. 지독한 순혈 우월주의로 현 볼드모트 정권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볼드모트를 신으로 추앙하는 일을 환호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숭배가 곧 영혼인 집단. 축복의 세대가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랐으나 최초로 태어난 축복의 세대가 하필이면 혼혈 남매.

37 :: 신앙을 강조하며 미사를 꼬박꼬박 나가지만 딱히 신을 진심으로 믿는다고는 하기 어려웠다. 가문의 성씨 자체가 십자가를 뜻하는 라틴어인들, 정말 그 십자가 아래에서 고개를 조아린다 한들 기도의 내용이 신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면 어쩔 건가?

38 :: 그런 논리에 따라 당연하게도 줄리엣은 가문과 정반대 되는 길을 걷기를 택했다.

39 :: 신 같은 거 모른다(하물며 그것이 추앙 받는 어둠의 마왕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기도는 개나 주라지. 미사보는 집어 던졌다. 검은 미사보는 집요정이 수제로 만든 것이었으나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40 ::  미사보를 다른 이에게 주었다. 아주 가끔 나를 살려달라 기도할 때에 썼던 것. 그 사람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조금 진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미사보 없이 빈 손으로 돌아온 날 집에서는 그녀를 크게 혼냈다.

  

절망의 세대

41 :: 왜 이런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난 건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중이다.

42 :: 가문은 축복의 세대, 를 정말 간절히 원했다. 몇 십 년이나 그 세대의 아이를 낳으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한 전적이 존재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바란 건지 파악하기 쉬우리라.

43 :: 남몰래 아이들을 단련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줄리엣은 남들보다 먼저 이론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깨우친 상태였다.

44 :: 바깥 사회에서 혼혈과 머글본의 입지가 어떤지. 승리 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면을 써야 하는지.

45 :: 연기를 잘한다. 덕분에.

 

 

 

  U  

 

괴롭다, 하지만 슬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선 안 된다,

슬픔이여 절대 내 이름과 연관되지 않을지어다

_밀란 쿤데라, 농담

 

 

줄리엣?

46 :: 앙칼지다. 제멋대로다. 변덕이 죽 끓듯이 심하다. 이랬다 저랬다, 어떻게 보면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어린 아이가 보일 법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47 :: 성격이 더러운게 대부분이기도 했다. 미약한 애정 결핍증. 아무리 사랑 받아도 부족하다. 더, 더 받고 싶다. 나를 더 봐주면 안 돼요? 젠장, 그런 눈 말고. 진정으로 좋아해달란 말이에요.

48 :: 사람이 필요해. 내 곁에 사람이. 진정한 내 편. 진정한 내 것.

49 :: 그래서인가, '자신의 것'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자신의 지팡이. 자신의 교복. 자신의 물건.  인간은 나보다 더 변덕쟁이니까 안 돼. 안 되는데, 그녀는 몰랐다.

50 :: 그 어떤 물건보다 바로 그 인간을 가장 원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멍청한 줄리엣!

 

캐퓰렛?

51 :: 어쩔 때는 심각하게 연약해 보이다가도 어쩔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강인해진다.

52 :: 연기를 잘 했다. 뒤에서는 죽어라 노려보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인물에게는 잘 보여야 한다는 걸 세뇌 수준으로 배운 터라, 앞에서 생글생글 웃기도 잘 웃었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또 기막히게 잘 하지.

53 :: 하지만 딱 그 꼴이다. 등뒤에 칼을 품은 채 사람을 미소로 대하기. 즉, 그녀를 뒤에서 보고 있으면 무슨 속내인지가 뻔히 드러난단 의미였다.

54 :: 제 속을 별로 감추려 하는 기색도 못 됐다. 바라는 게 있으면 전무 털어놨다. 자신에 대해 조금만 질문해도 주저리 주저리. 숨기는 게 별로 없었다.

55 :: 어쩌면 알아달라는 일종의 시위일지도 모르지. 외로워서 일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56 :: 달콤한 것, 그런데 그만큼 쓴 것, 느끼한 것, 짠 것, 매운 것. 강렬한 걸 좋아했다. 

57 :: 밍밍한 건 싫어한다. 그래서 홍차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귀족가 여식은 티 타임을 즐기는 게 소양이라 한다. 별 쓸데 없는 걸 다. 식탁보를 엎어버리는 걸 취미 삼고 싶었다.

58 :: 조용한 사람을 선호했다. 제 어머니가 그런 양상을 띠었다. 차분하고, 사람을 존중하고. 그야 존중받은 적이 손에 꼽았으니까.

59 :: 그런 고로 자신처럼 제멋대로인 인간을 별로 안 좋아했다. 동족 혐오인가?

60 :: 아기자기한 거나, 분홍분홍하거나, 그런 것들. 싫어한다. 인형도. 다 싫어한다. 풀숲에 뛰쳐나가 공을 가지고 노는 게 소원이다. 온 바지 끝에 풀물이 다 들 만큼 난리를 치는 게 소원이다. 강에 풍덩, 빠져보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크루시스라는 이름을 단 이상 이루기 힘든 소원이었다.

61-1 ::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61-2 :: 그러니까...

61-3 :: 방학 사이 첫사랑이 등장했단 의미다. 저보다 나이가 더 많다던가. 그런데 누구냐고 물으면 절대 답하지 않는다. 그저 얼굴이 더 딱딱해진다.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고 제 행실을 고민하는 일이 늘어났다.

 

 

 

  L  

 

왜 너희는 행복하니.

왜 너희만 행복해지려고 하니.

_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인간 관계

61 :: 제대로 된 인간 관계를 구축한 적이 전무하다. 가문의 사람들은 혼혈인 그녀를 깔보고 무시하기에 바빴으며, 축복의 세대로 그녀를 대하는 이들은 오로지 엔터테이먼트의 일부, 혹은 그렇게 되어서 좋겠다 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62 :: 인간에 대한 혐오성을 가진 건 지극히 당연하다. 인간이라는 족속을 아예 믿질 못한다. 불안에 떠는 버려진 새끼 고양이 같은 태도로 모든 이들을 대하곤 했다.

63 :: 하지만 친구, 생기고 말았다. 덜덜 떠는 자신에게 자꾸 안정감을 준다. 이상한 존재인데 그만큼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정말로 좋아지는 것 같다.

64 :: 학교는 난생 처음이다. 11세까지 그녀가 받은 교육은 전부 홈 스쿨링이었다. 호그와트에 대해서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기숙사나, 교사나, 거기서 받는 처벌이나, 뭐 그런 것들.

65 :: 아무렴 좋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야. 살 수만 있다면야. 그럼 난 상관 없어. 그래. 네가 나를 살려주겠다면야.

 

의리와 우정?

66 :: 의리, 우정, 행복, 사랑. 아무 것도 모르던 그녀에게 나앉은 단어들이다. 자꾸만 좋아한대. 자꾸만 친구래. 계속 곁에 있겠대. 오, 맙소사, 이렇게 달콤한 목소리들이라니.

67 :: 그러니까 동료나, 믿을 수 있는 친우나, 운명 공동체나. 기숙사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그녀는 미미한 소속감을 느꼈고 그 감정에 대해 깜짝 놀랐는데, 이는 그녀가 단 한 번도 어떤 무리에 속한 적이 없었던 탓이다.

68 :: 크루시스라는 성씨를 달고 있다 한들 정말로 그 가문에 포함되진 못했다. 아니, 애초에 인정을 안 해주는 걸. 크루시스여도 크루시스가 아니다.

69 :: 줄리엣은 늘상 자신을 줄리엣 캐퓰렛, 이러고 말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희곡. 머글 세계에는 그런 게 있다지. 머글본 마법사인 어머니가 가르쳐준 이야기들. 그게 아름다워서.

70 :: 거기에 있던 사랑은 근사하던데. 연인도 근사하고. 내게도 그런 게 가능할까? 오, 너는 내 옆에 있어줄 거야? 그럴 리가.

70-1 :: 그런데 진짜 그래줬으면 좋겠어. 안 돼?

 

소설

71 :: 마법 세계의 동화나 머글 세계의 소설을 좋아했다. 친구도 없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어머니는 그녀에게 이런 저런 책들을 자주 안겨주었다.

72 :: 가문 사람들 몰래 머글의 문물을 접했다. 들키는 순간 어떤 처분을 받을 지 모르는데도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73 ::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싶었다. 코웃음도 나왔다. 너무 터무니 없잖아. 이 모든 건 종이 위 활자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며 그렇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74 :: 간혹 그녀는 자기 자신도 종이 위 활자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그러다가도 작가 마음대로 모든 걸 고친다는 사실에 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제 인생이 소설 속 인물보다 더 기구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려웠다.

75 :: 그런데도 빠져드는 구석이 있었다. 가상의 세계란. 자신과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책 좋아하는 사람은 선호한다. 문학에 대해 논하는 걸 즐긴다.

 

 

 

  E  

 

지긋지긋해 이런 거. 이런 건 정상적인 삶이 아니야. 도대체 이게 정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해? 미친 거야. 다들 미친 거야. 견딜 수가 없어. 더이상. 이런 거. 이건 지옥이야. 지옥이야. 지옥이야.

_김사과, 미나

 

 

연약함

76 :: 간혹 뼈까지 드러날 만큼 연약해질 때가 있다. 끝없이 불안해 할 때가 있다. 아무도 믿지 않으려 들 때. 불신의 눈으로 주위를 살필 때. 십자가를 증오할 때.

77 :: 무슨 일이 일어나도, 천지가 개벽해도 줄리엣은 자신이 예수가 되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다. 다른 이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기엔 그녀는 자신의 두 손과 배와 두 발을 너무나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자신이 아니면 저를 아껴줄 이가 아무도 없었으므로.

78 :: 하지만 예수와 같은 존재는 필요하다. 가문에 대한 반항심으로 기도를 포기했대도 진정한 신이 필요한 이는 줄리엣, 바로 그녀였다.

79 :: 인간을 믿지 않는다지만 도움을 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진 모르겠어.

80 :: 상처 입은 새끼 고양이처럼, 버려진 아기 고양이처럼 경계하고 말은 죽어도 안 듣고, 매사에 삐딱하게 굴면서도 눈치를 살피는.

  

강인함

81 :: 해야할 때는 했다. 지독한 순혈우월집안에서 반항아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줄리엣은 해냈다. 그렇게 살고 싶었으니까.

82 ::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성정을 열심히 키웠다.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하고.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삶이잖아. 난 납골당에 떨어져 있는 거야. 벌써부터 나를 불태워 잿가루를 긁어모아 전시할 생각이잖아.

83 :: 무덤에 처넣으면 흙을 손으로 직접 파서라도 뛰쳐나올 심산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함이 필요했다. 끈기. 독함.

84 :: 아직 뚝심이 서기에는 너무나 위태로운 지반 위에 서 있다. 하지만 줄리엣은 알았다. 지금은 독기로 버틴대도,

85 :: 언젠가 자신이 완벽히 견고해질 날이 올 것이라는 걸.

  

끈기

86 :: 포기라는 걸 모른다. 그러니까, 자신이 포기하기 싫은 분야에 대해서는 결단코 손 놓지 않는다.

87 :: 중간에 그만두기? 잠깐 쉬기? 그게 뭐지? 해내야 한다면 끝까지 해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지금 그녀가 해내야 할 첫 번째 일은 생존. 고로 기숙사의 우승. 그래, 기숙사 전원 생존. 노려볼 만도 하겠어.

88 :: 후플푸프가 추구하는 바가 마음에 들었다. 태어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여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89 :: 나는 반장이에요. 달라지는 건 없어요. 싫어한대도 바뀌지 않겠지.

90 :: 알겠어. 이게 내 역할이라면.

 

 

 

  T  

 

총알을 또 살 거예요, 이유는 없어

과잉이 문제지 슬픔도 기쁨도 너무 넘쳐

타이밍이 문제예요, 너무 익은 달걀이나 드세요

_김박은경, 삶은 소년

 

 

  비극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91 :: 이처럼 격렬한 기쁨은 격렬한 종말을 맞게 될지니

92 :: 그리하여 승리는 이내 스러지리라, 불과 화약이

93 ::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94 :: 아니야.

95 :: 내가 종말을 으스러트리고 승리를 쟁취하리라.

 

 

 

기약없는 약속이라도 받아놓고 한없이 기다리는 모습이 처연한 아름다움이라고,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 지고지순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소녀는 일찌감치 아름다움도 사랑도 없이 자란 아이라서.

_부글부글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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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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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 몬테규 크루시스 Romeo Montague Crucis / 남매

 

 

웃는 척해봐 기쁜 척할게

우는 척해봐 슬픈 척할게

좋은 척해봐 즐거운 척할게

죽은 척해봐 죽는 척할게

_김박은경, 독순讀脣

 

 

애증으로 점철된 관계다. 물론 줄리엣 혼자.

자신의 열등감의 출처. 자신의 모든 불행의 출처. 사랑은 몽땅 가져가고 지원도 가져가고 하다 못해 생존권까지 가져간 오빠.

물론 이 모든 건 줄리엣 그녀만 가진 생각이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삶 속에서 느낀 바로는 그랬다. 심지어 태어난 날조차 몇 분 차이로 다르다. 이란성 쌍둥이. 눈 색 외에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굉장히, 미워했다. 딱 봐도 싫어한다는게 느껴졌다. 그런데 저 사람은 나를 친절하게 대하잖아. 상냥하게 굴잖아. 내가 동생이라잖아.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어떻게 행동해야 좋냐고.

더더욱 날을 세운다. 그 애정에 익숙해지기 싫다는 듯이.

그 애정이 자신을 질식시킨다는 듯이. 당신은 분명 언젠가 나로 인해 죽을 거야. 내가 죽인다는 건 아냐. 하지만 나로 인해 죽게 될 거야.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색의 망토를 입었잖아.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장송곡을 부른다. 남몰래.

네시 T. 아틀란티스 / 자신의 인어공주

 

내년 삼월에 함께 있어줘

바다를 가서 주머니 속에 마른 모래 털고 싶어

_가을방학, 3월의 마른모래

 

당신을 안으면 기포 소리가 난다. 이곳이 심해인지 뭍가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제적인가 당신이 한 말이 있다. 가끔은 숨이 막히니 뭍에 있어 달라는 부탁이었던가. 어쩐지 꽤나 절대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어 그러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한 일이다. 당신이 두 다리를 휘저으면 바다의 물살을 가르고 물고기와 노래를 부를 법한 인상이라 여겼다. 처음 볼 때부터 축축하게 온몸에서 물을 떨어트렸지. 만약 인어가 있다면, 동화에서나 읽던 인어공주가 바로 당신이지 않을까 싶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 소녀가 맡은 공기는 풀내음과 마른 흙 뿐이다. 당신이 있는 곳으로 한 발자국 건너보고 싶다. 손을 물속에 넣었다. 붙잡고 수면을 통해 시선을 마주한다. 물살로 인해 흔들리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나치게 천사 같은 눈동자에 자신의 악마 같은 얼굴이 비춘다.

 

이렇게까지 정을 줄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자신의 목숨이었고, 우리 둘의 망토색은 다르기만 하다. 그런데도 조금만 몸을 기울이면 내가 빠지거나, 당신이 끌어당겨지거나, 둘중 하나이리라는 직감이 자꾸 뇌를 지배한다. 어떻게든 같은 공간에 있는 체를 하려 장미 묵주를 주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지상 위와 어울리는 물건이다.

 

손목의 리본을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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